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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만의 가족사진

by 머선12Go 2021. 11. 29. 16:30

안녕하세요 머선129입니다.

반가운 사람을 만날 때 흔히 '이게 얼마 만이야~ 5백 년 만이다'라는 말을 쓰곤 합니다. 실로 오랜만에 가족들과의 만남을 코로나도 극복한 500년 수령의 느티나무 아래서 사진으로 담아 보았습니다.
야로면 구정리 수령 500년의 느티나무 아래서 모처럼 만의 가족사진을 담다_점프하는 가족사진
500년 수령의 야로면 구정리 느티나무 아래서

오백년 만의 형님의 생일상

가족이라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몸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늘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애틋한 그리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짧지 않은 코로나 시대에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세상이 좋아진 핑계로 전화기 너머의 안부를 손쉽게 묻기만 하였지 실제로 만남으로 연결하기가 더욱이 어려워진 세태가 비단 저의 이야기만은 아닐 듯합니다. 유난히 전 세계적인 역병이 창궐하던 2020년도 지나가고 2021년도도 어느덧 한 달 남짓 남았습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 사랑은 없다'던 옛날 할머님의 말씀처럼 시집 장가를 간 자식들은 각자의 생활 터전에서 오늘도 맡은 바 분주히 본인들의 가정 내에서의 하루를 보내기가 그저 바쁠 따름입니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부모님과의 시간보다 당연히 많아지기가 예삿일이지요. 품 안에 있을 때가 자식이라 하였던가요. 한 지붕 아래 같은 이불을 덮고 살을 부대끼던 지난 어린 시절이 마냥 그립기만 합니다.

몇 십 년 만에 함께한 형님의 생신_촛불을 끄며 즐거워하는 형님
몇 수년 만에 함께 한 형님의 생신
노래 제일 크게 부르는 사람한테 케이크 제일 많이 줄 거에요~

아직도 음력 생일날을 쓰는 형님의 생일상을 모처럼 만에 맞아떨어진 주말 덕에 어머님께서 손수 해주신 찹쌀밥과 미역국과 함께 하였습니다. 초를 다 꽂으려 하니 너무 많다고 굳이 한 개만 꽂는다고 하십니다. 고개를 내밀어 두 손 모아 촛불을 끄는 모습을 보니 마음은 아직 한창인 모양입니다. 낡은 사진첩의 어린 시절 모습은 그대로인데 벌써 많은 초가 부담스럽다 하니 훌쩍 지나 버린 세월이 살짝 야속하기도 합니다. 여전히 그대로인 것은 생일이면 아이들의 최대 관심사가예나 지금이나 케이크 위의 데코레이션 초코를 서로 많이 차지하려는 마음과 또 한 가지는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정성스러운 생일 밥상입니다.^^ 코로나로 왕래가 드물었던 터인대도 어제 만났던 것처럼 신나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아이들은 부대끼고 자라나야 한다'라고 새삼 느꼈습니다. 아이들의 생일 축하 노래가 이처럼 크게 들릴 수 있는지 동심의 세계로 빠질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백년 만의 가족사진

어머님의 정성으로 차려주신 모처럼 만의 형님의 생일상을 마치고 고향집의 서랍 한 귀퉁이에 있는 우두커니 서 있는 국민학교 시절 즈음에 찍었던 가족사진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직도 생생하게 어린 시절 어느 주말의 부산스러운 가족사진 촬영 당일이 떠오릅니다. 모처럼 넥타이를 두르신 아버지와 곱게 아껴 놓으신 한복을 꺼내 입으신 할머니, 꽃단장을 하시는 어머니와 요리조리 장롱 속의 멋진 옷을 오르던 남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언제 한번 다시 가족사진을 꼭 찍어야 하는데' 마음속으로 여러 번 다짐을 하였건만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던 찰나 불현듯 제안을 해 봅니다.

"500년 만에 우리 같이 특별하고 독특한 가족사진 한번 찍어 봐요."

언제 한 번은 꼭 다 같이 찍어 보고 싶었던 인생샷 핫 포인트 장소인 합천군 야로 구정리에 있는 500년 느티나무 아래로 향합니다.

보호수 : 야로면 구정리 500년 느티나무_추수를 끝낸 논(왼쪽)과 파모종을 해 놓은 모습(오른쪽)
인생은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다_추수를 끝낸 논과 파모종을 해 놓은 논과 들녘

구정리 입구에서 담아본 500년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논길 좌우의 모습의 상반된 모습에서 우리네 인생의 작은 깨달음을 되새겨 봅니다. 벼 수확을 끝낸 왼쪽과 파모종을 마치고 다음을 시작하는 오른쪽 논의 모습은 마치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라는 작은 메아리를 울려 주는 것 같습니다.

어느새 훌쩍 아빠보다 커버린 조카
어느새 아빠보다 훌쩍 커버린 큰조카

어느새 아빠의 키를 훌쩍 넘어 180cm가 넘어 버린 조카의 모습에서 듬직함이 느껴집니다. 사진을 담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부자지간의 사진은 모녀지간과는 완연히 다름이 어쩔 수 없는가 봅니다.

딸 사랑에 푹 빠진 아빠_품에 안진 딸을 지그시 바라보는 아빠의 표정과 부녀를 지켜보는 엄마의 사랑스러운 표정
딸바보 아빠의 아빠 미소와 그러한 부녀를 지그시 바라보는 엄마의 표정

딸바보 아빠는 오늘도 여전히 엄마는 뒷전입니다. 그래도 그러한 부녀지간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것은 영락없는 엄마표 미소입니다.

앞서가는 형을 역전하는 동생_토끼와 거북이의 동화처럼 더디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달리기도 역전할 수 있습니다.
토끼와 거북이

어딜 가든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는 참 신기합니다.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없는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은 밖에만 나오면 뛰기 시작합니다. 마침 할아버지가 얘기해 주신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가 생각나 움짤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앞서가는 형아가 잠시 옆 논에 한눈을 판 사이 꼬맹이가 역전을 하는 모습이 그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도 슬쩍 시크하게 양보해 주는 마음이 역시 의젓한 형의 모습입니다. 

논길을 걸어오시는 아부지와 어무이 : 언제나 지금처럼 늘 함께 이쁘고 건강하세 사세요.
아부지 지발 엄마 손 좀 잡아 드리시이소^^

무릎과 다리, 허리 등 몸 구석구석이 예전같이 않으셔서 느리지만 천천히 함께 해 오신 노부부께서는 여느 때처럼 양팔 간격을 유지하십니다. 여느 노년의 부부처럼 쉽사리 손을 잘 안 잡으십니다.

아부지 어무이~ 다정하니 손 한번 꼭 좀 잡고 다니세요. 

500년 느티나무 아래서의 점프하는 가족사진_70대 아부지의 점프 실력
500년 느티나무 아래서의 점프하는 가족사진

어린 시절 사진관에서의 딱딱한 가족사진이 늘 마음 한편에 찝찝함으로 남아 있는 터라 좀 색다른 부탁을 드려 봅니다. 신나고 즐거운 점프로 500년 만에(?) 다시 찍은 가족사진을 인화해서 부모님댁에 걸어 둘 생각입니다. 비록 지금 할머님은 떠나시고 안 계시지만 훗날 다시 기억할 때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사진으로 기억되겠지요. 70대의 아부지께서는 아마 점프샷을 많이 찍어 보신 듯합니다.^^

합천 야로 구정리 오백년 느티나무(왕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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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리 느티나무

▶ 위치 : 합천군 야로면 구정리 144(네비게이션)

▶ 보호수 지정번호 : 제2015-12-06호

▶ 지정일자 : 2015. 7. 7

▶ 수종 : 느티나무

▶ 수령 : 500년

▶ 흉고직경 : 248cm

▶ 수고 : 25m

▶ 소재지 : 야로면 구정리 147-3

요람에서 무덤까지_유모차를 지팡이 삼아 걸어가시는 어느 할머니의 모습
유모차를 지팡이 삼아 걸어가시는 할머니의 모습

가족사진 촬영을 마치고 돌아 나오는 길에서 빈 유모차를 지팡이 삼아 걸어가시는 마을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고 돌아가신 할머니의 모습이 생각나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유모차를 타던 아기 때부터 다시 비어있는 유모차를 지팡이 삼아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인생이 결국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임을 느낍니다. 한 오백 년을 살자고 성화를 내지만 백 년도 다 살지 못하는 우리네 인생이 그저 그렇고말고가 아닐까 합니다.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 말구♩ 한오백년 사자는데 웬 성화요~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임아♪ 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 말구~ 한오백년 사자는데 웬 성화요~♬......

송소희 씨의 퓨전 '한오백년'이 생각나 링크를 걸어 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5GnW8cJ1cE

출처 : KBS한국방송 국악한마당, 송소희 씨의 '한오백년'

가야 해인사 향토음식 맛집

뻥 뚫린 구정리의 느티나무가 왜 왕따나무인지 한참을 만끽하고서 인근의 향토음식 맛집인 가야산 해인사 소리길의 초입에 있는 맛집을 찾아가 봅니다.

합천 해인사 맛집_오리주물럭과 돼지국밥 맛집
빼어난 맛의 향토음식점

이름부터 빼어난 맛인 합천 해인사의 맛집 중 하나인 "秀味亭"입니다.

합천 해인사 맛집 수미정의 메뉴_오리주물럭과 돼지국밥이 맛있는 착한 가격의 합천군 지정 모범음식점
착한 가격의 향토음식 맛집 수미정

작은 시골마을에도 이러한 착한 가격 지정 합천군 지정 모범음식점이 있습니다. 합천군 8味음식점에 지정된 지역의 대표 맛집이라 그런지 점심시간이 살짝 지난 시간임에도 좌석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어떤 식당이든 메뉴가 고민이 되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메뉴판의 제일 상단에 있는 1번 또는 2번 메뉴를 선택하면 기본 이상은 합니다. 어김없이 오늘도 1번에 위치한 오리주물럭을 주문하였습니다.

수미정의 풍경_맛에 감탄한 듯한 조형물, 시래기를 말리는 풍경, 멀리 보이는 가야산과 맑은 하늘, 합천군 8味음식점
수미정의 풍경

음식이 나오는 동안 담아 본 수미정의 풍경입니다. 맛에 감탄이라도 한 듯한 마당 장독대 위의 조형물이 무언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표정이 살아 있는 듯해 보였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에 일광욕이라도 하듯 널려 있는 시래기와 저 멀리 가야산의 정기를 뿜은 듯한 회오리 모양의 구름도 셔터를 반겨줍니다.

다정한 부모님 : 다음번엔 같이 걸어가실 때 손 좀 잡고 다니세요~
다정한 부모님

"카메라를 보실 때에는 늘 요렇게 웃으세요"라고 하며 그 다정한 모습을 담아 보았습니다.

수미정의 오리주물럭과 반찬_취나물, 멸치 고추볶음, 깍두기, 샐러드, 어묵, 콩나물무침, 김치, 메추리알, 고추튀김 부각 등
수미정의 오리주물럭과 반찬, 야채
익어가는 오리주물럭_부추와 버섯, 팽이버섯과 감자가 잘 어우러진다.
오리주물럭_각종 야채와 버섯, 감자와 함께
오리주물럭과 쌈_각종 야채와 함께 익음 오리불고기를 고추와 마을과 함께 상추쌈을 싸봅니다.
오리주물럭 쌈
오리주물럭 볶음밥_주물럭 고기를 다 드신 후 밥을 고소한 참깨와 김을 추가하여 볶아봅니다.
오리주물럭 볶음밥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아쉬운 마음에 오리주물럭의 남은 고기와 함께 볶음밥을 비벼봅니다.

오늘의 교훈

1. 가족들에게 전화도 자주 드리고 부모님께는 되도록이면 건강하실 때 자주 찾아뵙자!!
2. 아이들은 자고로 뛰어다니며 서로 부대껴야 한다!
3. 문득 아무 계획 없이 가족사진을 자주 찍어 보자!
4. 나이가 들어 갈수록 두 손 꼭 붙잡고 다니자!
5. 카메라 렌즈 앞에서는 자동으로 미소를 머금어 보자!
6. 백 년을 못 다 사는 인생, 성화는 부려서 무엇 하나. 유쾌 상쾌 통쾌하게 즐겁게 살자!
7. 오리주물럭에는 밥을 꼭 볶아 먹자!
8.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 백세 시대에 인생은 50살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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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기 아까운 사진들

구정리 오백년 느티나무_잎을 떨구어 내고 앙상한 나무가지에 겨울을 보낼 준비를 하는 내려 놓을 줄 아는 지혜
구정리 오백년 느티나무의 지혜

오백 년이나 세월을 보낸 느티나무도 겨울 앞에서 자신의 나뭇잎을 떨구어 낼 줄 아는데 우리네 삶도 비로소 내려놓아야 그것이 진정한 내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구정리 느티나무 앞에서 바라본 합천 야로대교_찬란한 태양과 야로대교 아래의 파모종을 마친 들녘
파모종을 마친 들녘
몇 십 년 만의 가족사진_싱그러운 봄과 한여름 뙤약볕을 이겨 낸 오백년 수령의 느티나무 아래에서 찍은 가족사진
가족사진_수령 500년 느티나무 아래서

한 여름 뙤약볕 아래 그늘을 안겨주던 구정리 수령 500년 느티나무의 앙상한 잔가지들이 왠지 부모님의 왜소해진 다리와 어깨를 보는 것 같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데 모진 세월의 풍파를 잘 이겨내시고 이렇게 건강하게 곁에 함께 있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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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로 받은 지인 형님의 시와 그림

서화가 정판교의 시_죽석_대나무 그림과 시를 적은 지인의 선물
대나무 그림과 서화가 정판교의 시 '죽석'

그날 밤 문득 차 정리를 하다가 발견한 지인 형님께 받은 작품에 문득 손이 갑니다. 오래도록 보조석 대시보드 아래 수납함에 넣어 둔 대나무 그림과 한시로 청나라 서화가인 정판교의 '竹石'이라는 시입니다.

☞ 음운과 해석
咬定靑山不放​鬆(교정청산불방송)
立根原在破巖中(입근원재파암중)
千磨萬擊還堅勁(천마만격환견경)
任爾東西南北風(임이동서남북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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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을 꽉 깨물고 놓지 않으니
돌틈에 깊이 뿌리 내렸기 때문이랴.
천만번 연마와 타격에도 여전히 강하고 힘이 넘친다.
동서남북 그 어떤 바람이 불어도 상관 없다.

공교롭게도 바위 틈의 대나무 뿌리가 깊이 내린 시의 구절오백 년 수령의 느티나무의 유구한 생명력이 다시금 떠올랐기에 묵혀 놓은 그림과 시를 보태어 봅니다.

정섭(호 판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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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섭(1693~1765년) : 자는 극유(克柔), 호는 판교(板橋). 중국 청대의 문인. 양저우팔괴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중국 청대의 문인으로 시는 체제에 구애받음이 없고 서는 고주광초를 잘 썼다. 해방적인 독자적 서풍을 창시함. 시, 서, 화에 뛰어났으며 벼슬살이를 그만두고 양주(楊州)에서 그림을 팔아 생활하였음. 문죽에 능하였고 대표작으로 죽림도(竹林圖), 저서는 판교제화(板橋題畫), 시문집에는 판교시초 등이 있음.

 *양주팔괴 : 중국 청나라의 8인의 화가


정섭의 시 한편

聰明難(총명난)

糊塗難(호도난)

由聰明而轉入糊塗更難(유총명이전입호도갱난)

放一著 退一步(방일저 퇴일보)

當下心安(당하심안)

非圖後來福報也(비도후래복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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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명하기는 어렵다.
어리석기도 어렵다.
총명한 사람이 어리석게 되기는 더 어렵다.
하나를 버리고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은
마음이 편안해 지려고 하는 것이지
나중에 복을 받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정섭의 대표적인 유명한 글씨이자 한 번쯤 들어 보았을 만한 사자성어로 난득호도(難得糊塗)라는 말이 있습니다. '총명하기도 어렵지만 어리석게 되는 것도 어렵다.'라는 뜻으로 내친김에 중국에서 가훈으로 많이 사용된다는 난득호도라는 의미도 한번 새겨보며 포스팅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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